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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블랙이글스가 뿜어내는 굉음과 오염물질을 견디다 못 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선 지 469일이 되는 날이다. 2020년 12월 7일부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이어오고 있지만, 블랙이글스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어설픈 변명 외에 아직도 속시원한 해결책은 듣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소음 90dB이 넘으면 ‘소음성 난청’ 위험이 있어 작업환경 개선 또는 귀마개 등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 횡성은 블랙이글스 곡예비행 시 120dB을 훌쩍 넘는다. 뿐만 아니라 블랙이글스 곡예비행 시 경유를 이용한 연막 즉 스모크도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위해요소다. 지난 2021년에 스모크 발생을 위해 사용된 경유가 무려 14만2633ℓ나 된다. 공교롭게도 블랙이글스 곡예비행이 이뤄지는 지역에는 성남초교, 횡성여고 등 각급 학교들이 모여 있다. 이들 학교는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이 펼쳐지는 시간에는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며 옥외활동도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 소음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학습권 뿐만 아니라 정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횡성군용기소음피해대책위를 구성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혹한과 혹서의 날씨를 견뎌내며 블랙이글스 해체를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공군은 블랙이글스가 ‘방산수출의 견인차 역할’과 ‘공군의 자존심’이라는 이유로 존치의 불가피성만 역설하며, 미봉책으로 일관할 뿐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9월과 12월 두 차례 참모총장과의 면담에서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은 ‘블랙이글스로 인해 고통받는 주민들의 고통은 이해한다. 그럼에도 해체는 불가하며 KF-21 전력화 시점에 블랙이글스 재배치를 검토하겠다’며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
‘방산수출의 견인차, 공군의 자존심’이라는 공군의 주장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이유로 해체가 불가하다면 이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공군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이자 문제 해결의 의지표현이 아닐까?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복추구권이 도시지역과 시골지역 구분 없이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단 몇십분의 눈요기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 말아야 하며, 그 고통과 희생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교육격차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소음’이라는 열악한 환경요인으로 고통받아서야 되겠는가? 누군가의 고통으로 얻은 자존심이 무슨 의미인가?
새 대통령이 뽑히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피해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촉구한다. 새 정부는 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조속히 시행하라.
더불어 6·1 지방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입지자들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지역민들의 투쟁을 이용해 무임승차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 목소리를 내고 해결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횡성지역 주민들은 블랙이글스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고한 의지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되찾기 위한 기본권 회복 운동이며, 이 땅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건전한 시민운동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